화–일 11:00–19:00 (월요일 휴무) 서울 성북구 성북로 00길 00, 2층

· 저널 · 향 이야기

향 이야기

탑·미들·베이스,
향이 시간을 따라 걷는 법

시향지 세 장에 같은 향수를 묻히고 6시간 동안 지켜보았습니다.

수업에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. "방금 맡았을 땐 좋았는데 왜 집에 가니까 다른 향이 나요?" 향수가 변한 게 아니라, 향이 시간 순서대로 걸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.

향은 한 번에 오지 않습니다

향료마다 공기 중으로 날아가는 속도가 다릅니다. 가벼운 분자는 먼저 사라지고 무거운 분자는 오래 남습니다. 그래서 하나의 향수를 뿌려도 시간대에 따라 앞에 나서는 향이 계속 바뀝니다. 조향에서는 이걸 세 단계로 나눠 부릅니다.

  • 탑 노트 — 뿌린 직후 5~30분. 시트러스, 허브처럼 가볍고 산뜻한 향.
  • 미들 노트 — 30분~3시간. 향수의 성격이 드러나는 구간. 플로럴, 스파이스가 주로 자리합니다.
  • 베이스 노트 — 3시간 이후. 우드, 머스크, 앰버처럼 무겁고 오래 남는 향.
향수를 고를 때 매장에서 맡은 첫인상만으로 결정하면 후회하기 쉽습니다. 그 향은 30분이면 사라지는 얼굴이니까요.

공방에서 직접 재어 본 6시간

시그니처 향수 '성북 새벽'을 시향지에 묻히고, 30분·2시간·6시간 뒤에 각각 기록했습니다. 같은 병에서 나온 향인데 세 번 모두 다른 이야기를 했습니다.

30분 차. 베르가못이 아직 앞에 서 있습니다.

30분 — 베르가못과 핑크페퍼

첫 인상은 상큼하고 살짝 톡 쏘는 느낌이었습니다. 시트러스 계열은 분자가 작아 가장 먼저 증발합니다. 이 구간이 좋아서 향수를 샀다면, 그 향은 하루 중 30분만 만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.

2시간 — 제라늄과 아이리스

날카로움이 사라지고 부드러운 꽃향이 올라옵니다. 향수의 진짜 성격은 대개 이 구간에서 정해집니다. 수업에서 배합표를 잡을 때 가장 오래 붙잡고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.

6시간 — 시더우드와 백단

피부에 아주 얕게 남은 채로 따뜻한 나무 향이 이어졌습니다. 사람들이 "당신에게서 나는 향"이라고 기억하는 건 대부분 이 베이스 노트입니다.

시향할 때의 작은 요령 매장에서는 한 번에 세 개 이상 맡지 마세요. 후각은 금방 피로해집니다. 시향지에 묻힌 뒤 손목에 한 번만 뿌리고, 최소 두 시간 뒤에 다시 맡아 보고 결정하시길 권합니다.

내 향을 만들 때는 어떻게 할까요

  1. 오래 곁에 두고 싶은 베이스를 먼저 고릅니다. 향의 뼈대가 됩니다.
  2. 그 위에 어울리는 미들을 얹어 성격을 정합니다.
  3. 마지막으로 첫인상을 담당할 을 아주 조금 더합니다.

공방 조향 클래스에서는 이 순서를 그대로 따라가며 120종 향료 중에서 다섯에서 여덟 가지를 고릅니다. 완성한 배합표는 공방에 보관해 두기 때문에, 다 쓰고 나서 같은 향을 다시 만들 수도 있습니다.


다음 저널에서는 시트러스 향을 조금 더 오래 붙잡아 두는 방법을 다뤄 보려 합니다. 궁금한 향 이야기가 있으면 공방 인스타그램 메시지로 남겨 주세요.

아트센트랩 조향실

성북동에서 8년째 비누와 향수를 만들고 있습니다. 매주 목요일 저널을 씁니다.